속담 이야기

가갸 뒤 자도 모른다

빨강 망토 파란 망토 2025. 2. 25.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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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깊은 산골 마을에 ‘가갸골’이라 불리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곳은 시간이 멈춘 듯, 외부와 단절된 채 조용한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기묘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마을에는 글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누구도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배우려 하면 기이한 일이 벌어졌고, 결국 마을에서는 글을 배우는 것을 철저히 금지했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1. 낯선 방문자

어느 날, 서울에서 온 한 젊은 교사가 이 마을을 방문했다. 그의 이름은 강민석. 그는 교육 봉사를 목적으로 전국의 오지 마을을 찾아다니며 글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마을은 교육이 절실히 필요할 것 같아.”

민석은 희망에 차 있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그들의 미래를 밝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우리는 글을 배우지 않습니다.”
“그것은 금기입니다.”

심지어 마을 이장은 그를 따로 불러 경고했다.

“선생 양반, 여기서는 그런 일 하지 마시오. 제발 조용히 있다가 가시오.”

민석은 이해할 수 없었다. 글을 배우는 것이 왜 금기일까? 하지만 그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마을의 몇몇 아이들을 몰래 불러 작은 헛간에서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어색해했지만, 하나둘씩 글자를 배우면서 즐거워했다. 그러나 그들이 ‘가’와 ‘나’를 배우기 시작한 날,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2. 검은 그림자

그날 밤, 민석이 머물던 오두막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그는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다시 한 번 ‘똑, 똑, 똑…’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문을 열어보았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사람의 형체였지만, 얼굴이 없었다. 아니, 얼굴이 있기는 한데… 형체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것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

목소리는 낮고 울려 퍼졌다. 그러나 말은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민석은 혼비백산하여 문을 닫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뭔가 알 수 없는 존재가 그를 보고 있었다.


3. 사라진 아이들

다음 날 아침, 마을은 큰 소란에 휩싸였다. 민석이 가르쳤던 아이들 중 두 명이 사라진 것이다.

“도현이랑 지수가 안 보입니다!”

부모들은 울부짖으며 아이들을 찾기 위해 산으로, 강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장은 민석을 노려보았다.

“내가 경고했소. 왜 우리 마을의 금기를 깨뜨렸소?”

민석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그는 마을의 어르신들을 찾아가 진실을 묻기로 했다.


4. 마을의 저주

마을의 가장 연로한 할머니, 강 할머니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과거를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아이고… 그걸 말하면 안 되는데… 하지만 선생님은 알아야 하겠지.”

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래전, 이 마을은 평범한 곳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글을 배우고 문화를 누리며 살았다. 그러나 어느 날, 외지에서 한 서책이 들어왔다.

그 책은 ‘알 수 없는 글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기보다… ‘다른 것’이 되었다.

얼굴이 없는 존재, 끊어진 말, 밤마다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그들은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그리고 결국 ‘글’을 배우지 않는 것으로 이 저주를 피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마을에서는 단 한 명도 글을 배우지 않았다.


5. 다시 들리는 소리

그날 밤, 마을 전체에 이상한 소리가 퍼졌다.

‘……가……갸……’

그것은 마치 글자를 발음하려는 듯한 낮고 깊은 소리였다. 그리고 민석은 깨달았다.

이것은… 자신이 가르친 아이들의 목소리였다.

아이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변해버린’ 것이었다.

민석은 결심했다. 이 마을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아이들을 찾고 이 저주를 끝내야 했다.


6. 사라진 흔적

민석은 산속에서 이상한 돌비석을 발견했다. 거기에는 무언가 새겨져 있었지만, 오래되어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

그때였다.

“……가…갸……”

돌비석 뒤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것은… 아이들의 형체를 하고 있었지만, 얼굴이 없었다.

민석은 소리쳤다.

“도현아! 지수야! 나야, 선생님이야!”

하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손을 들어 한 글자를 가리켰다.

‘가’

그 순간, 민석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마을에서 금기시한 것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었다. 글자를 배우는 순간, 사람은 ‘그것’이 되는 것이었다.


7. 마지막 선택

민석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마을을 떠났다.

몇 년 후, 그는 가갸골을 다시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더 이상 마을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오래된 비석 하나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 비석에는 딱 한 글자만이 새겨져 있었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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