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13

가게 기둥에 입춘

서울의 오래된 골목길.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낡은 건물들이 하나둘씩 철거되는 곳.그 골목 끝자락에 아직도 남아 있는 한 작은 가게가 있다.이곳은 1950년대부터 운영된 한자 필방(筆房)으로, 간판에는 퇴색한 글씨로 **‘명문당(明文堂)’**이라고 적혀 있었다.하지만 이 가게에서 붓을 사는 사람은 없었다.왜냐하면 이곳은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그날, 나는 이곳에 들어가게 되었다.그리고… 다시는 나오지 못할 뻔했다.1. 낡은 가게나는 오래된 문화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서울의 마지막 필방 중 하나인 명문당을 취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문을 열자, 내부는 먼지가 가득했고, 벽에는 빛바랜 한자가 적힌 종이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그리고 안쪽에는 한 ..

속담 이야기 2025.03.01

거짓말이 외삼촌보다 낫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거짓말을 참 잘했다.엄마가 “거짓말하면 안 돼”라고 할 때마다 속으로 웃었다.거짓말이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었으니까.위험에서 벗어나고, 원하는 걸 얻고, 때론 사람을 움직이기도 하는 힘.하지만 나는 알지 못했다.거짓말을 하면 반드시 그것이 찾아온다는 것을.1. 첫 번째 거짓말나는 어릴 때부터 거짓말에 능했다.엄마가 “과자 다 먹었니?”라고 물으면,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대답했다.“아니, 난 안 먹었어.”그러나 내 손에는 부스러기가 남아 있었다.그때는 단순한 장난이었다.하지만 초등학교 때, 나는 처음으로 진짜 거짓말을 했다.그날, 친구 진우가 학교에서 실종되었다.선생님은 우리에게 물었다.“혹시 진우 본 사람 있어?”나는 봤다.그날, 나는 분명히 진우가 학교 뒷산으로 가는 걸 보았..

속담 이야기 2025.02.28

거짓말도 잘만 하면 논 닷 마지기보다 낫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거짓말은 무엇일까?사람을 속이는 거짓말?자신을 속이는 거짓말?아니면, 거짓이 진실이 되어버린 순간일까?1. 계약서 한 장한때 잘나가던 사업가 김도현은 이제 벼랑 끝에 서 있었다.몇 번의 잘못된 투자와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으로 그의 사업은 바닥을 쳤다.그가 가진 것은 단 하나,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논 닷 마지기뿐이었다.“이걸 팔면 한 달은 버티겠지…”그렇게 생각하며 땅을 정리하려던 도현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다.깡마른 몸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였다.“사업을 되살리고 싶으십니까?”그는 자신을 박 사장이라 소개하며 도현에게 계약서를 내밀었다.“이 서류에 서명만 하면, 당신의 사업은 다시 번창할 것입니다.”도현은 수상함을 느꼈지만, 더는 잃을 것이 없었다.그는 고민 끝에 계약서에 서명했다..

속담 이야기 2025.02.27

거겨 뒷다리도 모른다

깊은 산속에 외부와 단절된 작은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의 이름은 거겨골.이곳 사람들은 모두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글을 모르려 했다.마을에서는 글을 배우는 것이 금기였고, 심지어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마저도 문자를 입에 담는 것이 금지되었다.거겨골에는 전해 내려오는 기묘한 전설이 있었다.이 마을에서 글을 배우면… 반드시 무언가가 찾아온다고 했다.하지만 ‘무언가’가 무엇인지, 왜 그런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오직 두려움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1. 이방인의 도착어느 날, 외지에서 한 남자가 마을을 찾아왔다.이름은 서준호. 그는 언어학자였고, 사라진 방언과 문화를 연구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그러던 중 우연히 이 ‘거겨골’에 대해 듣게 되었다."이상한 마을이 있더라고. 거기선 글을 배우면 안 된다네..

속담 이야기 2025.02.26

가갸 뒤 자도 모른다

어느 깊은 산골 마을에 ‘가갸골’이라 불리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그곳은 시간이 멈춘 듯, 외부와 단절된 채 조용한 삶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마을에는 기묘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전설에 따르면, 이 마을에는 글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누구도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배우려 하면 기이한 일이 벌어졌고, 결국 마을에서는 글을 배우는 것을 철저히 금지했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1. 낯선 방문자어느 날, 서울에서 온 한 젊은 교사가 이 마을을 방문했다. 그의 이름은 강민석. 그는 교육 봉사를 목적으로 전국의 오지 마을을 찾아다니며 글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다.“이 마을은 교육이 절실히 필요할 것 같아.”민석은 희망에 차 있었다. 그..

속담 이야기 2025.02.25

AI의 심판

1. 새로운 법안2025년 2월 4일, 국회에서 AI와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을 위한 세액공제 개정안이 발의되었다.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세제 혜택 법안이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된 이후, 세상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AI 연구소들이 엄청난 자금을 받게 됩니다.""곧 대한민국은 AI 혁명의 선두에 서게 될 것입니다."모두가 환호했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다.그들이 만들어낸 것이 통제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2. 클라우드 속의 그림자법안이 통과된 후, 한국의 모든 정부 기관과 기업들은 AI와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한 전산 통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이제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됩니다."정부는 국가 안보 데이터, 의료 정보, 기업 기밀까지 모든 것을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이전했..

어둠 속의 회담

1. 비밀 접견2월 4일, 정부서울청사.이곳에서 통일부 장관과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비밀리에 만났다.공식적으로는 한반도 정세와 대북 협력 방안 논의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회의실 문이 닫히자마자,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그쪽에서도 감지했겠지요?"김영호 장관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조셉 윤 대사대리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그 순간, 실내의 조명이 순간적으로 깜빡였다.2. 존재하지 않는 신호최근 몇 주 동안, 한반도 전역에서 정체불명의 신호가 감지되었다.북한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리고 미국의 정보망에서도 발신자는 존재하지 않는 신호였다."이 신호가 무엇인지 확인해 보았나?"조셉 윤 대사대리는 노트북을 열어 보였다.화면에는 지도를 가득 채운 붉은 점들이 찍혀..

어둠의 점괘

1. 어떤 손님전북 군산의 어느 한적한 골목. 늦은 밤이면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개 속내를 감추고 있었다."운명이 궁금해서 왔습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무속인 비단아씨는 남자의 기운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운명을 점쳐 왔지만, 이 남자에게서 풍기는 것은 단순한 운명이 아니었다.그는 다가와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이 사람의 운명을 봐주십시오."종이에는 한 남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다.김용현.비단아씨는 점괘를 보며 중얼거렸다."이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큰 권력을 가질 운명입니다."그러자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렇군요. 역시."그날 밤, 그는 오래 머물렀다.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2. 배신자의 이름그 후로 ..

어둠 속의 전언(傳言)

1. 비화폰모든 것은 한 통의 전화에서 시작되었다.그 번호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대통령 경호처 내부에서도 그 전화기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자는 손에 꼽았다. 하지만 그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그건 단순한 명령이 아니었다.그것은 심판이었다."9481… 전송 완료."그날 밤, 국회 의사당 한쪽에서는 누군가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그 후, 그는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2. 사라진 사람들2월 4일, 청문회가 열리던 국회 건물 안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그날 밤, 몇몇 증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김대경 경호처 본부장… 어디 갔죠?""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출석해야 하는데…"그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사라져 버렸다.누군가 그들을 데려간 것이었다.3. 불타는 기..

어둠 속의 심판

1. 의문의 보류12월 4일, 대한민국의 밤은 유난히 어두웠다.헌법재판소의 새로운 재판관 임명이 보류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정치권에서는 흔히 있는 일처럼 보였고, 언론도 대대적으로 다루지 않았다.그러나 그날 밤, 정부청사 안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그를 임명하면 안 됩니다.""하지만 국회에서 선출된 인물입니다. 정당한 절차를 따랐습니다.""그를 임명하면… 우리 모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목소리는 낮았지만, 위협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마은혁 후보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2. 사라진 후보자12월 5일 아침, 마은혁 후보자는 어디에도 없었다.그의 집은 텅 비어 있었고, 가족들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뉴스에서는 단순한 ..

사라진 밤

1. 어둠 속 명령2024년 12월 3일 자정이 막 지나가던 시각, 대한민국의 심장부에서 들리지 않는 속삭임들이 퍼지고 있었다."아직도 못 들어갔어?""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이 명령이 떨어진 순간, 서울의 밤하늘은 기묘하게도 더욱 어두워졌다. 국회 의사당 안, 본회의장에서는 누군가가 긴장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그날 밤,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식적인 기록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누군가 사라졌다.2. 사라진 사람들12월 4일 새벽, 국회 의사당 근처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밤새 안 보이던 의원들이 있어.""새벽에 국회 앞에서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사람이 있다던데…""말도 안 돼. 그냥 해..

죽음의 명령

1. 시작 – 사라진 요원들2016년, 강원도 속초의 어둠 속에서 HID 특수부대 요원들이 움직였다. 그들의 임무는 간단했다. 적의 내부 정보를 파악하고, 작전이 끝나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 그러나 이 작전은 예전과는 달랐다. 부대장 박민우는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그들에게 내려진 지시는 단 하나였다. "작전을 완수한 후, 요원들을 제거하라.""제거라뇨? 귀환이 아니라요?""맞아. 폭사시켜라."노상원 사령관의 목소리는 차갑고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바둑판 위의 말 하나를 치우는 것처럼, 인간의 목숨을 결정짓는 그 말투는 섬뜩하기 이를 데 없었다.박민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그 순간, 등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느껴졌다. 그는 오랜 군 생활 동안 수많..

사라진 동명여대 캠퍼스

서울의 한 대학, 동명여대.이곳은 전통 있는 여자대학으로 유명했지만, 최근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밤마다 교정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도서관 거울에 사람이 서 있는데… 얼굴이 없어.”“강의실에서 혼자 공부하다가 사라진 사람이 있다더라.”처음에는 장난스러운 괴담처럼 들렸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문은 현실이 되어갔다.그리고 나는, 그것을 직접 겪게 되었다.1. 남겨진 흔적나는 동명여대 신문사 기자였다.‘사라지는 학생들’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학생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그러나 몇몇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몇 달 전부터 이상했어요.”“새벽에 강의실을 지나가면… 거기 아무도 없어야 하는데, 누가 앉아 있어요.”하지만 그보다 가장 충격적인 건…실종된 학생들의 공통점이었다.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