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손님
전북 군산의 어느 한적한 골목. 늦은 밤이면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개 속내를 감추고 있었다.
"운명이 궁금해서 왔습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무속인 비단아씨는 남자의 기운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운명을 점쳐 왔지만, 이 남자에게서 풍기는 것은 단순한 운명이 아니었다.
그는 다가와 작은 종이를 내밀었다.
"이 사람의 운명을 봐주십시오."
종이에는 한 남자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다.
김용현.
비단아씨는 점괘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큰 권력을 가질 운명입니다."
그러자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역시."
그날 밤, 그는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2. 배신자의 이름
그 후로 남자는 다시 찾아왔다.
그의 방문은 점점 잦아졌고, 가져오는 종이도 많아졌다.
"이 사람들은 어떤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가 내민 종이에는 여러 군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비단아씨는 순간 한기를 느꼈다.
"이분들은 왜…"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배신자는 걸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비단아씨는 몸을 움찔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점괘가 아니었다.
그는 운명을 결정하고 있었다.
3. 어둠 속의 거래
남자는 매번 밤늦게 찾아왔다.
비단아씨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날 밤,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김용현 장관과 함께 움직이면, 우리는 다시 나랏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의 말에서 피비린내가 났다.
그리고 그날 이후, 명단에 있던 몇몇 군인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다.
비단아씨는 알았다.
그들은 단순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지워진 것이다.
4. 운명의 굿판
어느 날 밤, 비단아씨는 문 앞에 놓인 검은 봉투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굿을 요청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운명을 바꾸고자 한다면, 강한 힘이 필요합니다."
그녀는 봉투를 든 채로 한숨을 쉬었다.
이 굿은 단순한 굿이 아니다.
이것은 피의 의식이었다.
5. 마지막 예언
비단아씨는 마지막으로 점괘를 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 남자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사람을 심판한 자는, 결국 어둠에 삼켜진다."
그날 이후, 그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면, 비단아씨의 점집 문 앞에는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배신자를 찾아야 한다…"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다시 나랏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문을 열어보면, 아무도 없다.
단지, 바람이 지나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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